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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My Mind? 돈, 패권, 바이러스의 삼각관계

2020년 이후의 세상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며 세계 경제가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직장을 잃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에 처해졌다. 정부들은 방역 정책들을 남발 했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진 못하였으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호주에서는 대규모 락다운 반대 시위들이 일어났고 프랑스에서는 백신 의무 접종 반대 시위로 파리가 군중들로 뒤덮였으며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은 방역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일상으로의 회귀에 대한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치권의 분열은 가속화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미중 패권전쟁과 탈세계화를 더욱 가속화 시킨 촉매제가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발생 했다는 연구소 유출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중국 당국과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 여론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상징되는 미중 패권 전쟁의 쟁점 사항으로 비화 되어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된 아시아로의 회귀는 곧 이어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발전 하였으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외교 전략을 승계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디커플링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과 반대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경제가 일시적으로 회복함에 따라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현상을 두고 미중 무역 전쟁이 의미 없었다고 주장 할 수도 있으나, 아직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그 시기가 이르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을 통과 시키고 있는데 이 법안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정치적인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경제적인 디커플링은 막을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정치적인 이유로 복잡해지는 가운데, 미연준과 전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며 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적 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20년부터 M2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양의 돈을 시장에 풀면서 식량, 원자재,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의 가격이 상승했다. 더불어 몇몇 선진국들에서는 인력난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는 임금과 근무 환경을 개선 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실직 혜택이 너무 과해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아이폰이나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곳도 있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몇몇 선진국들은 제1세계 문제와 같은 이유로 인력난과 인플레이션을 겪는 반면에 아프리카 등지의 국가들에서는 매우 심각한 식량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지와 제3세계 국가들은 식량을 수급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요에 비해 시장에 과하게 유입되는 유동성에 의해 원자재와 공산품들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연방준비제도 총재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불안을 달래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의 자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암울한 실물 경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루를 멀다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을 부양하기 위해 유입된 폭발적인 유동성 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명한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블랙스완 이벤트에 대비하기 위하여 금을 5천만 달러 어치를 구매 했으며 피터 쉬프와 같은 금 예찬론자들은 다가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끊임 없이 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박사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거듭 경고하며 앞으로 다가올 시장 붕괴에 대해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이 델타 변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면역 반응을 무시하는 람다 변이까지 등장 하였다. 완전한 면역 반응을 제공하지 않고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에만 반응하도록 하는 mRNA 백신이 오히려 더 위험한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은 의학계의 여론을 분열 시켰다. 백신이 정상으로의 회귀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역설적으로 바이러스를 더욱더 위협적으로 진화 시킬 수 있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함에 따라 각국 정부들은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백신 의무 접종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며 백신이 현 사태를 종결 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태이다.

국가별 델타 변이 확진자 비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의해 금, 부동산,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들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그와중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 Z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경제의 패러다임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은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의 증가로 인해 경제적으로 핍박 받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플래쉬론과 유동성풀과 같은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들은 기존의 금융 시장 법칙을 파괴하고 있다. 그 누구나 유동성을 제공하여 이자를 받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본금 단 한 푼도 없이 수 백만 달러 어치의 차익 거래를 실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필두로 일고 있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의 거대한 파도는 월스트릿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썩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이 오가는 중이며 암호화폐 시장은 하루를 멀다하고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에게 공격 당하고 있다. 허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시장주의, 반정부주의, 자유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들이 그 저변에서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투자은행들과 자산운용사들은 ETF와 선물거래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비자와 마스터와 같은 세계적 결제 네트워크들도 암호화폐 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서 암호화폐의 제도화가 천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움직임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공산당 하의 일당독재 국가다. 이들은 최근에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적으로 금지 시켰다. 그런데 중국은 도대체 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 시켰을까?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하여 전력 사용량이 많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 시켰다고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중국의 전체 에너지 생산량중 차지하는 비중의 극히 일부다. 최근 중국의 게임, 교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규제들도 “청소년들의 시력과 중독 문제”라거나 “대중의 건강”, “불평등 해소”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하며 단행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시진핑에 대한 찬양과 공산당에 대한 복종을 강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금지도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탄소 중립을 외치지만 부의 유출, 자국 경제 보호, 에너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섞인, 궁극적으로 권력 유지를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라 정보 기술 그 자체이다. 옛날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기가 종교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우리가 현재 사는 세계는 더욱더 파괴적인 정보 혁명의 진통을 겪고 있다. 정보 기술이 가져다주는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정부와 경제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최첨단 기술 연구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그 최첨단 기술들이 가져다줄 변화들은 철저하게 짖밟아야만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역설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종이 호랑이

일대일로는 중국이 원유 수입로를 보호하고 유럽으로의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미국의 세계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빚의 수렁텅이로 빠뜨려 항만과 주요 인프라 등을 점유하고 프로젝트 참가국을 경제 속국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라도 해야하는데에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이라는 국가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미국이 다져 놓은 세계 무역 구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하여 제조업 기반으로 수출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들은 여태까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일명 브레튼 우즈 체제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세계 질서 아래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게 달라졌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에 대한 완전 독립을 이루게 되었고 미국의 내수 중심 경제는 그들이 지켜왔던 세계 경제 구조에 대한 미련을 떨치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나 중국이라는 적성국이 노골적으로 패권 야심을 드러내는 가운데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브레튼 우즈가 출범한 1944년과 같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이 고립주의 정책들을 펼치며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신장 위구르 학살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하여 외교와 군사적으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자신감이 아니라 조급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로에는 각종 위협들이 산재되어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래엄 앨리슨의 책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에 의하면 지난 500년동안 패권국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흥국이 등장한 16번의 사례중 12번이 전쟁으로 사태가 치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이 만들어진 것은 순전히 미국의 이해 관계에 의해 중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중국은 여태까지 미국이 제공한 무역과 안보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며 성장했고 이제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상당히 비관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 질서로부터 독립된 공급망과 인프라 구축하는 것인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원과 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돈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시스템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어떤식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 할까?

핵무기의 등장과 함께 상호확증파괴의 두려움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간의 전면전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적어졌다. 물론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 할 수 없다. 하지만 핵무기가 등장한 이후로 전쟁의 양상은 빠르게 변했다. 게릴라, 분산 네트워크, 전선의 부재, 정치와 전쟁의 일체화로 상징되는 4세대 전쟁을 넘어 이제는 물리적인 공격이 아닌 사이버공격, 프로파간다, 허위정보가 무기로 쓰이는 5세대 전쟁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1999년에 출간된 초한전 두 명의 중국 공군 대령들에 의해 쓰여졌는데 영어로는 Unrestricted Warfare, 즉, “제한이 없는 전쟁”으로 번역된다. 이 책에서 미국군은 기술의 발전에만 의존하는 것이 그 약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제, 법, 네트워크, 테러리즘을 통한 공격은 물리적인 공격보다 더 효과적이며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무제한 전략”들은 곳곳에서 그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인 에릭 스왈웰은 중국 스파이로 지목되고 있는 팡팡이라는 여인과 연루되어 곤욕을 치뤘으며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의 천인계획에 가담한 사실을 부인하여 FBI에게 체포 되었다. 미국에서 공개된 160건의 중국 스파이 활동을 분석한 CSIS의 보고서에 의하면 51%의 스파이 활동은 상업 기술 탈취를 위한 것이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은 공자학원들을 세계 곳곳에 설립하여 공산당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마오당을 통해 인터넷에서 여론 조작을 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개방된 사회 특성을 역이용하여 사용자 행동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통해 프로파간다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자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친중 여론 퍼뜨리고 있다. 나는 우리가 이미 전쟁통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중국이 펼치는 선전선동 전술과 비물리적인 전략들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이기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군사, 특히나 해군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 해군이 미국을 제치고 세상에서 제일 큰 해군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중국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은 쏙 빼놓는 프로파간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중국 해군은 배수량이 작은 함선들의 비율이 매우 높으며 항공모함 두 척을 운용한다고 하지만 그 퀄리티가 매우 실망스럽다. 중국이 현재 지닌 두 척의 항공모함들은 핵발전 엔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작전 반경이 매우 작고 모항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투기들도 엔진 성능 문제 때문에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기 위해서는 무장이나 연료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요 항로인 페르시아만-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를 보호해야 할 중국 해군의 현 주소는 처참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린다.

중국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인도의 견제에도 맞설 수 있는 해군을 길러야한다. 인도는 페르시아만에서 남중국해로 가는 길의 정 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은 전통적인 해양 강국이자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교두보로써 중국과 앙숙인 국가이다. 심지어 인도와 일본은 호주와 더불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들이다. 미국 없이도, 만약 위 세 국가들이 힘을 합쳐 말라카 해협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에 중국은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바다와 육상의 두 가지 옵션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육지를 통한 무역은 해상과 비교하여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끊임 없는 인프라 개발을 해야한다는 점, 무력투사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여러 국가들을 통과해야한다는 리스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해상로 확보의 필요성은 원유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음식 소비량도 늘었는데 이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중국은 먹방을 금지 시키며 “깨끗한 접시” 캠페인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은 전세계 경작가능 농지의 10%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데, 중국은 최대 라이벌인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식량을 수입할 뿐만이 아니라 미국보다 경작 효율이 다섯 배나 떨어진다. 게다가 중국은 수질 악화로 인해 농업 지속가능성이 67개의 조사대상국중 5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2016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약 100여 개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하여 막대한 농경지를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식량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해상 무역로를 필사적으로 수호해야 할 것이다.

식량 안보의 온도차

중국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인구 구조는 중국 공산당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 난제다. 한국과 일본, 일부 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많은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중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가난하다. 중국 인구의 48%는 여전히 하루에 10달러 이하로 사는 빈곤층에 속한다. 이러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 청년들은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996과 끝 없이 오르는 집값을 보며 탕핑을 택하고 있다. 인구 문제가 닥치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벌어줘야 할 청년들이 벌써 중국 사회에 지쳐 염세주의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자동화에 의해 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점점 없어질 운명이다.

만약 중국이 세계 제조업 허브로써의 지위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중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더더욱 없어질 것이다. 미국 사회는 코로나 사태때 의약품을 비롯한 여러 전략 물자에 대한 생산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하였다. 더불어 중국의 인건비는 옛날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자동화에 따른 효율 증대, 시장 환경 변화, 지적재산권, 미중의 정치적 갈등,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들까지 겹치며 미국 기업들은 제조업을 차라리 본토로 복귀 시키거나 멕시코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이 시진핑은 내수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고 천명 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상황에 따라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규제들을 통해 한 산업을 초토화 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며 투자 심리를 위축 시키고 있으며 되려 중국이 가진 리스크를 더욱더 부각 시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주의적인 정책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더욱더 고립하고 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핵심 과제들은 전체주의로 해결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중국이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이 주변국들을 도발하고 강경한 군사 외교적 제스쳐를 취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시간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전랑 외교와 스파이 활동의 이면에는 군사, 경제 구조, 식량, 인구, 기술, 양극화 외에도 말 못할 수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중국은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오마에와 모 신데이루”….. “나니!?”

We The People

현재 미국 사회는 좌와 우로 나뉘어 대화가 안 통하는 상태다. 소셜 미디어의 수익 구조에 의해 서로가 각자의 에코 체임버에 갇혀 눈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 조사에 따르면 61%의 미국인들은 내전이 임박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광활한 만큼 정치 지형도도 복잡한데, 알고리즘에 의해 본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니 서로를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미국 사회를 분열하는 세 가지 요소를 크게 나누면 인종, 경제, 이데올로기다. 특히나 인종 문제는 최근 들어 더더욱 심화되고 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을 중심으로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는 안티파와 같은 극좌 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실에 안티파 깃발과 마오쩌둥 인물화까지 걸어놓고 학생들에게 극좌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다가 해고 당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을 혁명 동지로 만드는데 180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텍사스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비판적 인종 이론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에게 항의를 받아 정직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으로부터 파생되는 개념들을 가르치는 학교들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린이들도 예외 없이 이런 극좌 사상에 노출 되고 있다는 점이다. Not My Idea: A Book About Whiteness라는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비판적 인종 이론을 기반으로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고 있는데, 이 책은 8세 이상의 아동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미국의 약 25개 학교에서 이 책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비판적 인종은 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이 이론을 추종하는 안티파가 “안티 파시스트”라는 사상을 표방하며 평등의 가치라는 탈을 뒤집어쓴 채 되려 전체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모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건 아닐까? KKK 단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200여명의 단원을 백인우월주의에서 구출해낸 데릴 데이비스 조차도 안티파에게는 나치로 불리운다. 왜냐하면 데릴 데이비스는 안티파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9월 14일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의 재신임이 결정되는 주민소환 투표가 완료 될 예정인데, 개빈 뉴섬이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공화당 후보인 래리 앨더가 주지사로 당선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LA타임스지는 래리 앨더를 “백인우월주의의 검은 얼굴”이라는 표현으로 그를 공격했다. 이제 미국의 좌파는 인종주의를 이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제도화하려는, 시대를 역행하는 진영이 되어버린데에서 그 모순이 매우 심각하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백인우월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인종주의를 더욱더 발전 시키려는 모순적인 이론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를 신봉하는 안티파는 대화를 거부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사상에 물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백인을 악마에 비유하는 어린이 그림책

미국의 좌파와 마찬가지로 우파도 모순에 빠져있다. QAnon과 같은 음모론을 바탕으로 트럼프를 예수에 비유하는 주장들을 하면서 자신과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식함”을 비웃는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이 이러한 엉뚱한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좌파의 비판적 인종 이론이 백인우월주의를 적으로 상정 하듯이 우파의 음모론들은 글로벌리즘과 공산주의를 적으로 상정한다. 바이든 일가가 중국과 내통하고 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서 클린턴, 오바마, 헨리 키신저, 빌 게이츠, 다보스 포럼, 세계보건기구, 중국 공산당과 같은 세계적 조직들과 인물들이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믿음은 비판적 인종 이론을 믿는 좌파와 같이 확증 편향에서 비롯 된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2020년 1월 6일에 일어난 국회 폭동 사건으로 폭발하였다. 큐어넌 샤먼과 같은 엽기적인 캐릭터들이 미디어를 타면서 우파는 조롱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런 조롱에 아랑곳 하지 않고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을 이겼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 때 “크라켄을 풀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증명 할 것임을 호언장담 했던 시드니 파월이 법정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였던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선거구의 감사들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기대감만 밑도 끝도 없이 부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트럼프는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2024년 대선에 재도전 할 것 같은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리스트들과 맞서 싸우는 구세주 트럼프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발언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야유를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편으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무조건적으로 지지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며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해석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야유하든 말든, 백신은 분명히 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백신을 거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는 황당무계한 음모론들도 포함되지만 근본적으로 정부가 자기 몸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싫기 때문에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미국 우파는 좌파가 낙태 문제에서 내세우는 모토인 “My Body My Choice”를 백신 사태에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통과된 텍사스의 낙태법은 미국 우파가 설파하는 자유의 가치와 정면으로 대립 한다며 맹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낙태 문제는 “태아는 언제부터 인간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에서 출발하는데, 벤 샤피로와 같은 미국의 보수 논객들은 새로운 DNA 시퀀스가 탄생하는 시점,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하는 순간 인간이라고 본다. 이러한 주장은 분명히 과학적 근거가 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반대로 산모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논쟁에서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일관성이 동반 되어야만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백신 접종에 관해서는 자기 몸에 손대지 말라고 하면서 인간의 생명이 산모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일관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백신 접종과 달리 낙태 문제에서 만큼은 미국의 우파는 “인간의 생명”과 “개인의 자유”라는 두 가지 가치를 뒤집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이렇게 좌파와 우파가 서로의 입장과 본인들의 모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은 초고도화된 추천 알고리즘들에서 기인한다. 다른 관점에 노출 되어야만 자기 주장의 결점을 깨달을 수 있는데 그러한 환경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특히 백신의 효능과 백신 접종의 타당성에 관한 논쟁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유명 팟캐스트 호스트 조 로건도 코로나에 확진 되었는데, 그는 한 때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하며 뭇매를 맞기도 하였다. 그는 코로나에 확진 된 후에 자기 인스타그램에 아이버멕틴을 포함한 여러 약물을 통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좌파는 그를 “말 구충제나 먹는 멍청한 놈”이라며 조롱하고 있으며 우파에서는 이러한 좌파의 반응에 “개들한테 주는 우울증 약이나 먹는 멍청한 놈들”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사실 아이버멕틴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름 근거가 있다. 아이버멕틴을 옹호하거나 반대하거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가 가진 정보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각 개인에게 극도로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의 세상 속에서 정보의 간극을 줄이고 확증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동반 되어야 할 것이다. 허나 인간의 집중력이 금붕어보다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세상에서 과연 그게 가능 할까?

조 로건을 희화한 인터넷 밈

놀랍게도 미국의 좌파와 우파가 공감하는 문제도 있다. 그건 바로 연방준비제도를 위시한 중앙은행의 끝 없는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양극화 문제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미국의 경제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들에 의해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서 사람들은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에 더더욱 의지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아마존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를 입은건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에 미국에 614명이였던 억만장자의 수가 2021년 8월에는 708명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금본위제 폐지에서 찾는 이들이 있다. 금본위제가 폐지 되면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금의 보유량과 상관 없이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화폐 가치의 하락과 함께 양극화를 가속화 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세기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리처드 칸티용은 왕족과 부유층들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게 된다는 현상을 목격한다. 사회의 엘리트층은 남들보다 빠르게 금융 자산을 저가에 구매한 뒤에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점차 시장의 더 낮은 단계로 이어지는데,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물가 상승과 저임금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관찰한 것이다. 칸티용 효과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자산 가격의 폭등 이후에 점진적으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는 2021년 현재를 매우 잘 설명한다. 유동성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까지 겹쳐 미국 경제가 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한 상태로 진입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무분별한 통화 정책에 의해 경제는 심각하게 왜곡 되었고 이러한 인위적인 시장 질서는 머지 않아 재앙적인 경제 붕괴를 초래 할 것이라는 주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더더욱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금본위제의 폐지에 의해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달러의 특성과 반대로 작동하는 비트코인이 이러한 시장 질서를 평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하나의 정부나 기관이 조종할 수 없고 발행량이 2100만 개로써 유한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성격을 띄게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느린 결제 속도와 변동성을 근거로 상용화의 한계를 논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엘 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스트라이크 지갑 이용하여 아무 걱정 없이 비트코인을 잘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도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스트라이크 지갑을 통해 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스크린샷이 유출 되면서 비트코인은 단지 자산이 아니라 화폐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천천히 증명해내고 있다.

비트코인 컨퍼런스 2021에 등장한 “쓰레기통”

비트코인이 엘 살바도르에서 법정화폐로 인정되고 실생활에서 문제 없이 사용 될 수 있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끊임 없는 발전 덕분이다. 비트코인은 본래 C++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여진 스크립트였을 뿐이다. 어느새인가 이 스크립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고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채굴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비트코인이 점차 대중화 되면서 초당 7개의 결제 밖에 못하는 비트코인의 블럭 사이즈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레이어 2의 도입으로 이론적으로는 초당 몇 백 만개가 넘는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스트라이크 지갑과 같이 비트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에 연동 시켜 결제와 동시에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지급 받을 수 있는 수단들이 개발되면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레이어 2를 넘어서 라이트닝 네트워크 위에다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레이어 3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렇게 비트코인의 기술을 발전 시키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체는 어떤 국가나 기관이 아니라 불특정다수라는 점이 비트코인을 더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수립 하였다면 이제는 대중이 직접 통화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정보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 덕분이다. 먼 옛날 유럽에서 교황청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의 뜻을 받드는 교황과 그를 보좌하는 추기경, 사제들만이 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기가 등장하며 교황청은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할 수 없게 되었고 서서히 권력을 잃어갔다. 시간은 흘러 활자매체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한 방송매체로 진화하여 광활한 영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국가를 운영하는데 굉장히 용이한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정보 전달의 주체가 매우 제한적인 방송매체의 시대를 넘어 사회매체, 즉,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도달하였다.

소셜 미디어는 그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교황청이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기라는 도구에 의해 권력을 잃었던 사례처럼, 우리는 현재 전통적인 미디어가 소셜 미디어에 의해 대체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미디어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은행과 같은 기관들에 의지하던 가치 전달과 보증이라는 행위 또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진화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와 은행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11년 전부터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통화 정책에 대한 반발심은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펼치는 거대한 아젠다가 아닌, 인터넷에 코드를 자발적으로 업로드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도전 받고 있다.

지리가 한 국가의 문화와 역사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당장 한국만하더라도 중국과 일본 사이의 반도 국가로써 숱한 침략 전쟁들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미국도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로 인해 지리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게 되었다.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기와 매스 미디어가 과거 세계의 정치 지형도를 급격하게 바꾼 것처럼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도 새로운 정부의 탄생으로 귀결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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