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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그림: 비트코인과 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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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와 에너지

2021년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뭘까? 이 물음에는 모두 입을 모아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그건 바로 탈세계화 가속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탈세계화와 비트코인은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탈세계화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을 의미한다. 즉,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재화를 생산하고 자국의 국민들에게 싸고 좋은 물건을 공급하는 인프라의 와해 혹은 재정립을 의미한다. 2020년 초에 일어난 마스크 부족이라거나 마트 사재기 모두 공급망 위기에서 기인한 현상들이였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중국에서 촉발된 코로나19 사태는 곧 중국의 생산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이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공급망을 담당하는데 적절하지 못하다는 형성하는데 일조했다.하지만 2020년에 잠시 주춤했던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경기 회복과 미중간 무역 협정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여전히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리는 정치적 리스크에 의해 미국과 중국이 형성했던 기나긴 공생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학계에서 지배적인 의견이다.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 분포도: 검은 점선 안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산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미국과 중국은 각자 무역 협정과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통해 경제 영향권(economic sphere of influence)을 다듬고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중국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위의 지도에서 볼수 있다시피, 중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를 사실상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와야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부족한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달러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록 달러 헤게모니를 강화시켜주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외세의 에너지와 통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 모순을 일대일로라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식량, 군사, 무역을 포함하는 여러 문제들에 당면한 중국 입장에서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정부는 사회에 대한 통제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특히나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은 중국의 에너지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작업장들이 쓰촨성과 윈난성의 수력발전소들 근처에 밀집해 있는 이유, 비트코인 채굴 작업을 금지 시키는 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는 모두 에너지가 중심에 있다. 중국은 올해 연이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규제 조치 후에도 비트코인 채굴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어차피 막지도 못할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서 중국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면 좋을텐데 굳이 왜 금지해야만 할까?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어쨋든지 국부를 외부로 빼돌릴 수 있는 수단이며 통제에서 벗어난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태양 및 풍력 발전 적합도: 검은 점선 안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산다

위의 지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태양이나 풍력을 통한 발전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중국은 2060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중 8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것을 밝혔지만 비트코인 채굴을 통한 사업지속성이라는 카드를 버린 상황에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비효율에서 기인하는 수익성 저하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원자력 발전소 개발과 탄소배출권 판매와 같은 방법으로 어떻게든 탄수배출은 줄일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상태이지만 비트코인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수단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가들이 왜 실패하는지 연구한 책 Why Nations Fail에서는 국가 통치체계를 “추출형”과 “포용형”,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다. 포용형 국가에서는 각 개인에게 정치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추출형 국가는 그 반대다. 추출형 국가에서는 엘리트들의 의사결정에서 제외된 (대부분의)사람들이 소유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제적 번영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추출형 국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웹 3.0도 위의 이론에서 포용형 국가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웹 3.0의 토큰 경제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소유권의 확립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그래서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인센티브에 의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참여를 하게 되는 현상의 선순환이 일어나며 네트워크가 성장한다. 비트코인이 그렇게 성장한 네트워크다.

반대로 중국과 같이 개인의 이해관계를 짓뭉개며 진행하는 정책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블록체인 상의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중국 정부의 입발린 약속들과 달리 더 포용적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나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은 소유권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채굴업자들은 정부의 압제에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 비트코인은 신재생에너지 경쟁에서 더욱 큰 래버리지를 발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비트코인에게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정책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변화의 바람

미국 민주당은 하원에서 약간의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상원에서는 50:50으로 동률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년도 안되어 처참한 지지율을 보이며 각종 조롱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야심차게 기획한 인프라 법안을 통과 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탈당 옵션까지 거론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성명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빌드 백 베터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이 인플레이션을 심화 시키고 나라빚을 늘린다는 이유로 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조 맨친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인프라 법안을 반대하면서도 비트코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했던 전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자유주의와 반정부적인 성격이 강한 가상자산에 적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중심 지지층인 청년과 유색인종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공직자의 주식 거래 행위에 대해 “우리는 자유경제시장”이라고 방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펠로시 하원의장은 2020년 한 해에만 1,670만 달러로 자산을 부풀리며 “올해 최고의 트레이더”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자산 증식은 내부자 거래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여론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반면 미국 공화당 소속의 정치인들중 가상자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마이애미와 같은 도시들은 가상자산을 포용하면서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와이오밍주 또한 가상자산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한 술 더 떠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텍사스주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는 천연가스, 석유, 태양광, 풍력이 풍부하여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값싼 가격에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거기에 드넓은 면적과 산업 인프라, 그리고 주정부의 적극적인 후원까지 합쳐져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2018년에 2.6%의 득표차로 간신히 이긴 테드 크루즈가 다가오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아군을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으나,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히 비트코인에 호재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정부들이 비트코인의 친환경 내러티브를 앞장서서 현실화한다면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러한 내러티브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당연히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산업에 유리해진다. 비트코인과 친환경 내러티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 제너레이션 Z의 표심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국의 제너레이션 Z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처음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진 세대이자 대체로 기후 변화와 이슈에 관해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굉장히 다양한 인종 분포도를 보여주고 있다. 제너레이션 Z는 가상자산 투자에 관해서 가장 높은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사람중 약 18%가 제너레이션 Z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제너레이션 Z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좋아서” 투표한게 아니라 “트럼프에 반대하여” 투표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공화당이 제너레이션 Z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따라서 정치 지형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내러티브가 강해지고 텍사스와 같이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질 수록 민주당에게는 불리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필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이 가속화 되어 갈수록 비트코인의 친환경 내러티브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동시에 인류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가치의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을 포함해 제너레이션 Z에게 굉장한 어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너레이션 Z와 밀레니얼 세대는 비트코인에 매우 우호적이다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인데, 미국 민주당의 방향성은 그들이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이들과 어긋나버렸다. 왜냐하면 바이든 정부는 가상자산에 적대적인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제너레이션 Z의 표심에 더욱 반하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EC의 게리 갠슬러와 재무부의 자넷 옐런과 같은 인물들은 민주당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갈고 있다. 물론 뉴욕시장과 같이 민주당 인사들 중에서도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사람들도 간혹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워랜과 같이 민주당에서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가상자산을 비판하고 나서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작은 목소리는 이내 묻혀버리고 말 수도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관해서 69%가 찬성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되었다. 제너레이션 Z는 유년기에 금융 위기를 겪은 세대였던 만큼, 경제 위기에 더욱 민감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가 썩 마음에 들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 조사에서는 제너레이션 Z의 12%만이 가상자산에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대표 케빈 매카시는 비트코인을 두고 “다음 세기는 우리가 이끌어 가야한다. 미국은 뒤쳐질 수 없다”라고 밝혔다.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같은 공화당 정치인들도 이미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의 대표 인물들인 엘리자베스 워랜과 라시다 탈리브 같은 인물들은 공화당과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는 학비 대출 면제와 같은 젊은 세대를 위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19 극복을 주정부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등 민심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오미크론 확산과 공급망 문제들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이슈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상승에 따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목격되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가격은 왜 상승하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에너지 가격에 비례한다?

만약에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예상을 할 수 있다.

  1.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 에너지 가격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지속 될 것이며 비트코인의 가격도 상승한다.
  2.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은 미국 민주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로 작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3. 비트코인 채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국 공화당은 기후 변화와 경제 문제에 민감한 제너레이션 Z를 포섭할 수 있다.
  4.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유리한 정책들을 소개하게 될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벤처 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파트너이자 코인베이스의 CTO를 역임했던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에서 디지털 소유권의 등장으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국제정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래 국제법(이라 쓰고 폭력이라고 읽는다)에 따라 유지되던 질서가 코드로 대체될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적재산권, 부동산, 개인정보와 같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게 되다면 중앙정부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웹 3.0의 파도와 함께 디지털 소유권과 비트코인의 친환경 내러티브가 확산되며 비트코인 채굴이 흥행하고 있는데 미국의 민주당은 이러한 트렌드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인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젊은 세대가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들을 내놓으며 가상자산에 대한 주도권을 공화당에게 빼앗기고 있다. 공화당이 비트코인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연계한 정책을 펼쳐 가상자산과 기후 변화에 민감한 제너레이션 Z에게 성공적으로 어필 할 수 있다면 이는 비트코인에게 좋은 현상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더불어 미국을 필두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인프라 구축이 활성화됨에 따라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탈세계화에 따라 격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 경쟁,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의해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마켓 도미넌스가 비록 떨어지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연계하여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비트코인이 하나의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비트코인이 가진 돈의 역할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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