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빅데이터란 이전에 존재했던 그 어떤 데이터셋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셋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데이터셋이 용량, 속도, 종류, 정확도에서 가지는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패턴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탄생함으로써 IT기업들의 프로파일링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영역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서비스들은 우리에게 광고를 노출함으로써 사업을 연명해나간다.
우리가 현재 사는 디지털 시대에서 타겟팅 광고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2018년에 터진 페이스북-캠브릿지 아날리티카 스캔들 이후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겟팅 광고는 양날의 검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당 스캔들로 인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IT기업들이 유저들의 참여도를 향상 시키기위해 더욱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노출 시키고 고의로 여론의 양극화를 심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에코 체임버를 만들고 확증편향을 심화 시킨다는 것에는 아직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IT기업들이 수 십억명의 데이터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례로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은 어시스턴트 소프트웨어와 메세지 앱에 입력되는 대화 내용을 직접 듣고 보는 사람들을 고용한 하청 업체들을 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자의 허락 없이 몰래 들은 대화 내용중에는 굉장히 사적인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정부조차도 테러리스트를 색출해내겠다는 목적으로 불특정다수의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유수의 IT기업들은 정부의 이러한 작업에 기꺼이 협조했다.
IT기업들의 데이터 독점과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반반심으로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학자로 근무 했던 트리스턴 해리스는 페이스북을 “살아 숨쉬는 범죄 현장”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2019년에 미의회에서 IT기업들의 제약 없는 데이터 사용에 관해, “그들은 우리가 우리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실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건 새로운 단계의 비대칭 권력입니다.”라고 증언했다.
데이터를 모아서 타겟팅 광고를 쓰는데 사용하거나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기 위해 쓰는것과 별개로 더 각별한 문제들이 있다. 좋은 예시로 엘사게이트가 있다. 엘사게이트는 레딧의 한 유저가 본인의 유튜브의 추천 영상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보고 폭로 되었는데, 영상들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인듯이 만들어졌지만 사실은 성관계 묘사, 납치, 감금, 폭력, 패티쉬, 마약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상들이 아동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은 없지만 트리스턴 해리스가 미의회에서 증언한것 처럼, IT기업들이 “정신 나간 쪽으로 운동장을 기울이고 있다” (“Tilting the playground to the crazy stuff”)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런 “crazy town effect” (미친동네 효과)는 다른 사건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로 작년까지 인터넷을 휩쓸었던 피자게이트 음모론과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틴의 자살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도파일 섬”을 소유했던 그는 2019년 7월 6일에 아동 성매매 혐의로 체포 되었다. 그리고 약 한달 뒤인 8월 10일, 감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되었다. 에머슨 컬리지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16%만이 제프리 엡스틴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한다. IT기업은 사용자를 최대한 자기 플랫폼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광고 수익을 창출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점차 자극적인 컨텐츠를 추천해줌으로써 사용자의 사용 시간과 반응 빈도를 올린다. 그리고 이런 자극적인 컨텐츠에 대한 지나친 수요와 공급은 곧 불신과 가짜뉴스로 현실을 범람하고 있다.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나름의 이유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와중에 중국의 디지털 오웰리언 사회는 비슷한 이유지만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20년까지 사회신용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신용시스템은 알리페이와 연결 되어있는 세사미 크레딧을 통해 운영된다. 사회신용시스템은 소셜 미디어, 온라인 쇼핑, 세금 납부, 법적 분쟁, 신용도, 투표 기록 등의 데이터를 기록한다. 그리고 이 항목들에 각각 점수를 매겨 개인의 점수를 기록하여 특정 권리를 박탈하도록 설계 되어있다. 사회신용시스템상의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대출이 막히고 사치품 구입을 할 수 없으며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권리도 박탈 당한다. 중국 공산당에 의하면 사회신용시스템은 긍정적인 태도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유명 중국 여배우인 판빙빙이 갑작스레 실종 되었을때 그 녀의 사회신용시스템 점수가 0점으로 떨어진건 왜일까? 4개월 뒤에 탈세 혐의로 공산당에게 억류 당했다는 추측이 돌았지만 여전히 그 때 그 사건의 전말을 알기는 어렵다.
지정학 이론가이자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에 의하면 2016년에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Foreign Direct Investment: FDI)가 약 3배 증가했다고 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투자 현상을 야기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 확실히 아는건 공산당 통제하의 중국에서 발표하는 경제 지표들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리커창지수라는게 존재할까? 사회신용시스템과 같은 정책과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맞게 재단된 경제 지표들의 예시를 보면 중국의 사회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통제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탈출하고 있듯이 중국인들도 중국을 떠나려는 것이 아닐까?
2018년 9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캠브릿지 아날리티카 스캔들 이후에 18세 이상의 미국인들중 54%가 사생활 보호에 대한 설정을 바꿨으며 26%는 페이스북을 모바일 기기에서 삭제 했다고 한다. 젊은 연령대 (18세~29세)에서는 페이스북을 모바일 기기에서 삭제하는 비율이 44%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페이스북-캠브릿지 아날리티카 스캔들이 페이스북 앱 삭제로 이어졌다는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 의하면 26%의 데스크톱 유저들은 자신을 겨냥한 광고들을 보고 싶지 않아 광고 차단 익스텐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광고 차단과 함께 쿠키 차단, 암호화 연결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브레이브 브라우저의 월간 사용자 수가 2018년부터 450% 성장했다. 과반 이상의 미국인들은 IT기업들이 자기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정조준하는 광고들을 보고 싶지 않다는 트렌드는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공산당하의 전체주의 사회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미국, 두 사회에서 모두 통제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 하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다. 어느 날 누군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고 한다, “우리는 왜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를까요?”. 이에 아인슈타인은,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변해줬다고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IT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 개발의 속도는 나날이 빨라져만 가는데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2019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13세에서 18세 사이 청소년중 3분의 1이 불안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해당 연령층의 불안 장애 진단율이 20%가량 증가했는데 우연히도 첫 아이폰이 출시된 것도 2007년이다. 제너레이션 Z, 일명 젠-Z는 1994년 이후에 출생된 아이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살아본적이 없는 세대다. 미국의 National Survey on Drug Use and Health (NSDUH)이 2017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2세부터 17세 사이의 청소년층 여자들중 20%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어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상당히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그 수치가 7년 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신병에 관한 인식이 나아짐에 따라 보고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에 불안 장애와 우울증 진단율이 올라갔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허나 2009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청소년이 자해로 병원에 입원한 사례가 60% 증가했다. 또 영국에서는 청소년 여자의 자살 사례가 82% 증가했다. 그리고 청소년 남자들의 불안 장애와 우울증 진단율은 청소년 여자에 비하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혹시 그건 바로 여자들이 남자들 보다 더 장기간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있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소셜 미디어 컨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몸 담았던 사람이라면 FOMO라는 단어를 잘 알것이다.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쓰이는 FOMO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놓칠까봐 하는 걱정”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셜 미디어가 없었다면 어차피 몰랐을 것이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살았을 것들이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포스트들에 의해 친구가, 가족이, 짝사랑이, 유명 연예인이, 좋아하는 래퍼가 언제든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기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이들은 현재의 자기 삶에 만족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본인이 보고 있는 사진 속의 사람들이 행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자기 삶과 비교하게 되고 이는 불안 장애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들보다도 사회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폭력도 사회적인 폭력 현상으로 이어진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왕따 행위는 이미 그 강도와 사례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다 인터넷으로 연결 되어있는 이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집단 따돌림은 너무나도 쉽고, 반대로 탈출하는 것도 어렵다.
모두를 연결 시켜줄 플랫폼인 소셜 미디어가 오히려 정반대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층 사이에서는 친구를 직접 만나러 가는것보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2007년에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고 직접 참여하는 사회 활동 비율은 감소 했다고 한다. 한 세대에 걸쳐 여러 정신 질환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2000년생도 성인인 지금, 젠-Z의 문제들은 우리 사회를 강타할 것이다.
젠-Z가 겪고 있는 정신 질환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 전체가 맞딱드려야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집중”을 못하는 사회다. 영국의 정보통신부라고 할 수 있는 Ofcom의 보고에 의하면 사람들은 깨어있는 동안 보통 12분에 한 번 핸드폰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 현상은 산업 현장에서 능률을 저하 시킬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사고 능력도 떨어뜨린다고 한다. 2005년에 발표된 런던 정신의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각종 방해 해위에 노출 되었을 경우에 아이큐가 10점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한건 아이큐를 떨어뜨리는 이 방해 행위는 중독성이 높다는 행위라는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은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왜냐하면 좋아요를 받거나 포스트에 태깅되거나 하는건 본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하나의 증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는 행위는 우리의 뇌가 한 작업에 몰두하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고 한다. 이는 continuous partial attention (CPA)이라고 하는데 이는 뇌가 새로운 자극을 대기하는 상태라고 한다. 뇌가 이러한 상태로 작동할때는 단기 기억력이 상승한다는 장점도 존재한다고 한다. 허나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서서히 자극에 중독 되어간다고 한다. 혹자는 젠-Z를 때때로 “멀티태스킹에 능한 세대”라고 명명하는데 이건 사실 그냥 “여러가지 작업을 빠르게 바꿔가면서 하는 것”일 뿐이다. 뇌가 이러한 격한 활동을 지속해서 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수면의 질을 저하 시키고 사람을 불안한 상태로 만들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무수한 플랫폼들은 모두 우리의 시간을 뺏기 위해 매우 정교하게 디자인된 것들이다. 이 플랫폼들을 설계한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정신 질환을 겪고 외로움에 시달리고 자해를하고 자살을 하든말든, 우리를 더욱더 중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페이스북에 1초라도 더 머물러 있어야 그들은 우리가 할애하는 시간을 통해 광고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과 IT기업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우리의 사회를 파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웃기고 슬픈 사실이 있다면, 이러한 환경을 만든 사람들은 본인들이 만들어낸 정신 질환이 만연한 세대와는 정반대로 집중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 아닐까? 소수의 IT 엘리트들은 수 십억명의 정신을 망가트리는데 집중하면서 본인의 집중은 흐트러지지 않게 명상과 수행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실 자기 제품을 더 하고 싶게 만드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나에 대한 사실들을 데이터 분석으로 알아내서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 사회를 불안정화 시킨다면 그 제품이 썩 내키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