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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f the Community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방향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가상자산의 의미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 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DAO를 통한 조직 운영에는 “소유권”(ownership)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Custodial과 non-custodial 지갑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도 소유권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가 가상자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컨텐츠를 넘어 물리적인 자산에 대한 소유권까지 주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시장은 왜 이토록 소유권에 집착할까? 왜냐하면 우리는 여태 소유권에 대한 보증을 중앙은행, 테크 기업, 정부라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entities)에 위임했지만, 위 기관들은 이 특권을 악용하였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소위 “middleman”이라고 불리는 이 기관들 없이 “무신뢰”(trustless)를 통한 소유의 증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무신뢰에 의한 소유권”(trustless ownership)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아나키즘에 빗대며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지역 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통치에 그 근간을 둔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우려와 반대로, 무신뢰로 대변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을 태동시키고 있다. Friends With Benefits($FWB)는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만들어 Web3를 위시한 창작 활동을 개진하고 있고 Bored Ape Yacht Club(BAYC) 또한 커뮤니티 멤버들만이 참가 가능한 창작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활동을 통한 커뮤니티 멤버의 성장은 곧 커뮤니티의 성장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멤버들이 각각 보유한 커뮤니티 토큰이나 NFT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본질적으로는 각 개인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활동이 곧 커뮤니티 전체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선순환을 일으키며 커뮤니티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개인의 이해관계와 커뮤니티 전체의 이해관계가 같아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마이애미, 뉴욕, 와이오밍에서도 이러한 메커니즘을 도시로 그 범위를 넓혀 실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위의 트렌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패턴이 있는데,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나 중앙정부가 아니라 소규모 그룹, 도시 혹은 주 단위로 가상자산 소유가 가져다주는 인센티브를 통해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토큰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문화와 정치의 탈중앙화가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탈중앙화가 가능한 이유는 소유권을 보증하는 시스템이 top-down에서 bottom-up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나, 그 누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문화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며 정치도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쫓아가려는 거대 기업움직임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메타와 같은 거대 기업은 자사의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용자들과 그 이해관계달리한다 (“사용자”와 “멤버”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메타가 자사의 플랫폼 사용자들과 공생관계를 추구하고 네트워크 효과 이상의 기능성이나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Rally와 Audius와 같이 참여자들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소셜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런데 메타가 과연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초강수를 둘 수 있을까? 정치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도, 메타는 사용자 연령대의 고령화와 부정적인 여론과 같은 문제들에 봉착했다. 블록체인에 의해 가속화되어가는 오픈 데이터 트렌드는 곧 Fat Tail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즉, 메타와 같은 거대 기업은 비대해진 규모에 의해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시장의 다원화와 독점의 종말을 의미한다.

위의 관측을 토대로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면 투자자는 다음 질문들을 물어야 할 것이다:

소유권

  • 네트워크 참여자는 무엇을 소유하게 되는가? (거버넌스 토큰? 가치의 저장 수단? 디파이 토큰? 분할 NFT?)
  • 소유권이 지속가능한가? (컨센스 메커니즘과 인센티브, 법적/정치적 리스크)

커뮤니티

  •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있는가?
  • 커뮤니티 멤버들의 활동 목적은 무엇인가?

인센티브

  • 토큰을 보유함으로써 커뮤니티의 멤버가 될 수 있는가?
  • 토큰을 통해서 개인과 커뮤니티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가?

Ethereum Name Service($ENS)를 예로 들어 위의 질문들에 답해보자:

소유권

  •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이더리움에 기반한 도메인 네임을 제공받으며 토큰 소유를 통해 네트워크의 정책 결정에 관한 권리를 누린다.
  • ENS는 이더리움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다.

커뮤니티

  • ENS는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널리 쓰인다.
  • ENS 커뮤니티 멤버들은 Web3의 이데아를 추종하며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인센티브

  • “xyz.eth”와 같은 도메인 네임을 트위터 닉네임, 웹사이트, 지갑 주소로 사용하며 이더리움 커뮤니티 멤버임을 나타낼 수 있다.
  • $ENS 토큰을 통해 개인은 ENS 네트워크의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ENS 네트워크 성장에 따른 차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ENS 네트워크는 멤버들에게 토큰을 지급함으로써 네트워크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참여를 독려한다.

그러나 소유권과 커뮤니티, 인센티브만을 통해서 투자 전략을 구사하면 크나큰 오류에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팬케익스왑에 존재하는 수많은 밈코인들에 관해서도 위의 질문들에 상당히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NS와 밈코인들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바로 기능성이다. ENS는 DNS를 대체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ENS 보유량에 따라 정책 결정에 대한 권리도 증가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ENS의 정책 결정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Web3의 중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능에 대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있어 코인베이스와 같은 거래소들이 대량으로 $ENS를 홀딩하게 된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ENS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인베이스와 같은 거래소들의 $ENS 구매는 ENS를 통한 서비스 제공과 인프라 확충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ENS 네트워크 참여자 수는 더욱 많아지고 네트워크의 가치는 상승한다. 뿐만 아니라 Web3라는 이데아 아래 모인 커뮤니티 멤버들은 ENS를 통한 도메인 서버 관리가 “웹의 탈중앙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러티브를 퍼뜨리며 네트워크 성장을 돕고 있다. $ENS는 프로젝트의 기능성에서 기인한 실제 이용 사례, 그리고 토큰 소유가 해당 기능의 추후 정책 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토큰으로써 밈코인들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능성이 항상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초월적인 커뮤니티의 힘이 자산가치의 상승과 기능성의 추가로 이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DOGE$SHIB는 $ENS와 반대로, 매우 강력한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능성이 추가된 사례들이다. 그리고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자산가치가 잘 상승하지 않는 프로젝트들도 더러 있다. 기능성에 관해서는 예외적인 경우들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에 기능성에 과몰입하는 투자 전략은 어쩌면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커뮤니티 위주의 성장에도 함정이 존재한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오징어게임 코인”과 같은 러그풀 사건, 그리고 하루를 멀다 하고 등장하는 수많은 밈코인들은 커뮤니티를 표방한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사용자수는 1998년 당시 인터넷 사용자수와 같다. 즉,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낯설어하고, 때로는 가상자산에 대해 무지하다. 이는 곧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경제”라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 넘어가 재산을 탕진하는 사건들이 등장할 것임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규제 등장 가능성을 의미한다. 물론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규제는 쉽지 않겠지만, 인증된 지갑 주소를 통해서만 입출금과 현금화를 허락하는 제도의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 원동력이 되는 토큰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성장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메타와 같은 대기업이 아닌, 풀뿌리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메타와 같은 대기업은 개인의 이해관계와 커뮤니티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에 많은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은 데이터를 공유하여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Web3와 부합하지 않는다. 더불어 작은 커뮤니티들은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 참여 인센티브를 토큰 네트워크 효과로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대기업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의 감소 혹은 상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의 힘을 통한 성장을 악용하는 사례들의 숫자와 규모가 증가하게 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투자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 전략 수립, 리스크 진단, 그리고 시장의 방향성을 관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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